메뚜기는 메뚜기목 메뚜기과에 속하는 곤충으로서 지구상에 일만오천종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종들은 거개가 열대 지방에 살고 있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메뚜기가 속한 메뚜기목은 다시 여치과와 메뚜기과로 크게 나뉘어 집니다. 메뚜기과에 속하는 것으로는 방아깨비, 섬서구메뚜기, 강변메뚜기, 벼메뚜기, 등검은메뚜기, 풀무치, 콩중이, 팥중이, 밑드리메뚜기, 삽사리 해서 쉰종쯤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메뚜기라 부르는 것들은 방아깨비처럼 몸이 길고 머리가 뾰족하게 길쭉한 것이 아닌, 동그랗고 단단해 보이는 이마를 가진 벼메뚜기나 풀무치 등속을 가리킵니다. 이것들은 거개가 사각기둥 모양의 몸을 가지고 있으며 뭉툭한 느낌을 줍니다. 다만 정원이나 밭에서 가끔 보는 섬서구메뚜기는 방아깨비처럼 머리 끝이 뾰족하지만 몸 길이가 짧고 가운데가 살쪄 있어서 긴 마름모꼴을 하고 있습니다.
메뚜기들은 거개가 땅이 드문드문 보이는 양지 바른 풀밭이나 작물이 무성한 논밭에서 살아가며 주변의 환경에 맞춰서 몸에 보호색을 띠므로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강변메뚜기는 다른 메뚜기들과는 달리 자갈이 섞인 강가의 모래밭에서 살기 때문에 몸 색깔에 녹색은 전혀 없고 얼룩덜룩한 회색빛에 날개에 옅은 황갈색 띠를 가지고 있습니다.
성숙한 벼메뚜기의 생김새
벼메뚜기는 본디 호수가에서 번식하던 종이었으나 사람들이 화분과 식물인 벼를 기르기 시작하고 나서부터 벼잎을 먹이로 하여 옮겨 살기 시작하여 차차 정착하게 된 듯 합니다. 요즈음처럼 과자가 흔하지 않던 옛날에는 벼에 해로운 메뚜기를 없앨 겸해서 이 벼메뚜기를 잡아 긴 풀줄기에 줄줄이 꿰어다 집에서 간식처럼 볶아 먹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농약에 쫓겨 수효가 급격히 줄어 있고 풀밭으로 서식지를 옮기는 추세입니다. 큰 벼메뚜기는 길이가 삼사 센티미터쯤이고 황록색 몸에 황갈색 날개를 가지고 있으며 등 바로 아래 양켠에 굵은 갈색 선이 눈부터 가슴 부분 끝에까지 있습니다. 벼가 익어서 누렇게 되면 벼메뚜기도 따라서 변해 온몸이 황갈색으로 변하고 무늬는 더 짙어집니다.
메뚜기들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마치 투구를 뒤집어 쓴 외계인처럼 보입니다. 몸에 견주어 큰 두 겹눈에다 그 사이에서 뻗은 더듬이 한쌍, 여러 조각이 얽혀서 된 듯한 입 들이 머리를 구성하고 있고, 짧은 다리 두쌍과 잘 발달한 뒷다리 한쌍이 가슴께에 붙어 있으며 위에 붙은 날개가 길게 마디진 배 위를 덮고 있습니다.
메뚜기의 눈은 수많은 낱눈이 모여서 이루어진 겹눈입니다. 현미경으로 보면 육각형 낱눈 몇만개가 벌집처럼 정연하게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체가 움직이면 그 낱눈에 차례차례 자극을 주기 때문에 움직임의 방향과 형태를 예민하게 포착하게 됩니다.
더듬이는 다른 곤충들처럼 맛, 냄새, 습도, 바람의 흐름 같은 것들을 느끼는 기관입니다. 종에 따라 실 모양, 곤봉 모양, 칼 모양 들을 한 더듬이에는 가느다란 감각모가 발달해 있어서 섬세한 공기의 변화를 알아차립니다. 뒷다리 바로 위에 붙어서 귀의 역활을 하는 둥근 막 모양의 청각 기관도 있는데 종에 따라 여러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숨쉬는 코의 역활을 하는 기문은 가운데 다리가 붙은 곳의 바로 위에 있고, 배 마디 아랫쪽마다에 뚫려 있어서, 그곳으로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쉽니다.
곡식들이 익어 누렇게 되면 그에 맞추어 메뚜기의 몸 색깔도 황갈색으로 변합니다
뒷다리가 아주 잘 발달되어 있는 것도 메뚜기의 특징입니다. 뒷다리를 펴 보면 그 길이가 몸의 길이만큼이나 깁니다. 근육이 잘 발달해서 통통한 허벅지는 강한 도약력을 낼 수 있으므로 메뚜기를 벼룩에 손색없는 "높이뛰기선수"가 되게 합니다. 종아리 부분에는 뾰족한 가시 모양의 돌기가 여러개 나 있는데 종을 구분하는 데에 유용합니다. 다리 끝에는 발바닥에 해당하는 부절이 있어서 풀잎 같은 것에 잘 붙어 있게 합니다.
날개를 펴서 심하게 진동시키는 동작으로 우는 귀뚜라미나 배의 공명판을 진동시켜 우는 매미와는 달리 메뚜기 숫놈은 뒷다리의 안쪽 부분에 있는 소리판을 날개에 부벼서 찌르륵찌르륵 울기도 합니다. 배가 고플 때에 내는 소리, 교미하는 시기에 암놈을 부르며 내는 소리, 기쁠 때에 내는 소리, 위치를 알리는 소리가 서로 다르며 종에 따라서도 다른 소리를 냅니다. 오실로스그래프로 분석하면 쉽게 종을 구분해 낼 수 있습니다.
등에 붙은 날개는 두쌍으로 되어 있습니다. 앞날개 아래에 뒷날개가 부채처럼 접혀 있어서 튀어서 날 때에는 앞날개를 먼저 펴고 난 다음에 뒷날개를 펴서 같이 움직여서 납니다. 앉아 있을 적에는 앞날개에 덮여 보이지 않지만 뒷날개가 더 얇고 무늬가 아름다우며 나는 데에 큰 몫을 담당합니다. 날게 되기만 하면, 날기 위한 높이와 속도를 얻게 해준 뒷다리는 비행기 바퀴처럼 접어서 몸에 붙입니다.
메뚜기는 다른 곤충들처럼 암놈이 숫놈보다 더 크고 잘 생겼습니다. 교미 시기가 되면 암놈은 "페르몬"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여 냄새로 짝을 유도합니다. 교미할 적에는 암놈이 몸집이 작은 숫놈을 등에 태우고 다니므로 흔히 사람들은 새끼를 업고 다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교미기인 구월 하순부터 시월 중순까지의 시기에 교미를 마친 암놈은 부드러운 모래가 섞인 진흙 땅을 찾아 배 끝에 붙어 있는 단단한 삽 모양의 산란관을 폈다 닫았다 하여 배 길이의 두 세곱절쯤 되는 깊이로 땅에 구멍을 파고는 배 끝을 깊숙이 박아 넣어 서른개에서 백오십개쯤되는 노랗고 길쭉한 알을 낳습니다. 이삼일에 걸쳐 서너 군데에 무더기로 낳기 때문에 암놈 한 마리는 알을 삼사백개 낳게 됩니다. 차곡차곡 나온 알들은 한덩어리를 이루어 겉을 둘러싼 분비물의 방한 효과로 추운 겨울을 무사히 넘깁니다.
사마귀가 앞다리를 모으고 잡아챌듯이 메두기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따뜻한 봄을 맞아 언 땅이 녹고 새싹이 트기 시작하는 사월이 되면 땅 속의 알들은 부화하기 시작합니다. 하얗게 변해 몸을 둘러 싸고 있는 꺼풀을 벗고 나온 유충들은 메뚜기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데 말갛고 말랑말랑합니다. 이 유충들은 먹기를 찾아 뿔뿔이 흩어져 점점 뜨거워지는 햇빛을 받아 가며 열심히 잎들을 갉아 먹고 자랍니다.
송충이 모양으로 유충기간을 보내고 번데기가 된 뒤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나비 등속과는 달리 메뚜기는 처음부터 메뚜기 모습을 가진 채로 부쩍부쩍 자라면서 몇번 허물을 벗어 성충이 되는 불완전 변태 과정을 밟습니다.
허물을 벗을 때는 풀잎에서 머리를 아래로 향하고 꼬리 부분을 위로 해서 자세를 잡습니다. 탈피하기 직전에는 몸 거죽이 옅은 황갈색으로 퇴색하는데 이윽고 등 부분이 튿어지기 시작하면서 세 색깔을 띤 새 몸이 머리 부분부터 나옵니다. 메뚜기 유충은 이렇게 탈피할 때마다 몸이 커지고 날개가 조금씩 자라며 점점 단단해지는데, 다섯번째로 탈피하면 날개가 길어져서 완전한 날개를 가진 성숙한 모습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탈피 하는 것을 "우화한다" 곧 "날개를 단다"고 말합니다.
사람의 성장 과정도 늘 그렇지만 어린 메뚜기가 성충이 되기까지는 무수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막 부화하여 세상에 나온 어린 메뚜기는 단단하고 강한 집게 이빨을 가진 개미의 먹이가 되고, 점점 크면서는 천적인 사마귀나 거미 따위의 육식성 곤충류의 사냥감이 되며, 식충성의 새나 사냥벌의 좋은 표적이 됩니다.
메뚜기를 노리는 것은 이것들만이 아닙니다. "바실루스 펀지"라는 곰팡이는 메뚜기의 몸에 기생하며, 검은 실 모양의 "사선충"이라는 기생충은 메뚜기 몸 안에서 커 나가 그 목숨을 위협합니다. 한 때는 메뚜기가 정력에 좋다는 소문이 나 돌아 사람들도 메뚜기의 먹이 사슬에 기꺼이 끼어들기도 했습니다. 좋은 안주감이자 정력제라고 해서 맥주집에 오르내리던 시절에는 메뚜기를 비닐하우스 안에서 기르기까지 했었으나 메뚜기는 다만 메뚜기일뿐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다시 산으로 내몰렸습니다.
천적인 사마귀에게 잡힌 벼메뚜기의 최후입니다
더구나 사람들이 논과 밭에 치는 농약이 풀잎을 갉아 먹고 사는 메뚜기에게 치명적인 독소로 작용하여 그곳에서는 아예 살 수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흔하디 흔하던 메뚜기가 이제 논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밭가나 산골짜기에 들어서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메뚜기는 이렇게 약한 모습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혼자 이리저리 튀어 다니며 떠도는 종류가 있는가 하면 큰 집단을 이루어 날아 다니면서 닥치는 대로 갉아 먹어 농작물에 큰 피해를 주는 종도 있습니다.
이 메뚜기종은 다름 아닌 "풀무치"로서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보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풀무치가 날개가 좀 짧고 오래 날지 못하며 녹색을 띤 몸을 하고 모여서 살지 않고 혼자 사는데에 견주어, 이 풀무치는 날개가 길고 장거리를 비행할 수 있으며 검은색 몸을 하고 떼지어 살면서 먹이를 찾아 대이동을 벌이면서 닥치는 대로 잎사귀를 갉아 먹습니다. 농작물뿐이 아니라 나뭇잎까지 먹어 치우는 무서운 식욕이 있기 때문에 이 메뚜기 떼가 한번 지나가면 나무조차도 말라서 죽고 맙니다.
이렇게 많은 풀무치들이 발생하는 것은 특수한 사정으로 말미암아 유충이 천적들의 방해를 거의 받지 않고 부화된 그대로 거의 성충으로 우화한 데에 있지 않는가 추측되며, 어린 유충 때에 먹이가 부족하게 되면 먹이를 찾아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어떤 체내의 작용이 있어서 성충이 되면서 날개가 길어지고 집단으로 모여 사는 본능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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